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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지식용어] 추석 세시풍속, 딸과 친정어머니의 애틋한 반나절 만남 중로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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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추석 등 명절 연휴가 기다려지는 이유, 여가를 즐기며 휴식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랜만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만나 회포를 풀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결혼해 출가한 자식과 부모 간에는 서로간의 그리움이 쌓였기에 명절 연휴를 더욱 기다리게 된다.

현대 사회에는 비교적 왕래가 자유롭지만 과거에는 출가한 여성이 친정을 찾기란 평생 손에 꼽을 일이었다. 오죽하면 결혼한 여성을 일컬어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래서 당시에는 추석 명절 중 하루 딸이 친정어머니와 만나 회포를 푸는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이를 중로상봉이라 한다.

[사진/ 영화 '친정엄마' 스틸컷]


중로상봉은 추석 때 모든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 안부를 묻고 즐기는 것처럼 며느리 역시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던 과거 풍습이다. 거리가 먼 딸이 친정어머니와 서로의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고 해 중로상봉(中路相逢) 이라하는데, 같은 의미로 우리말 ‘반보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종로 상봉을 할 때는 특별한 음식을 서로 싸와서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다.

이처럼 중로상봉은 추석날 딸과 친정엄마 간 절절했던 짧은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후 반드시 출가한 딸과 친정어머니의 만남을 이르지는 않고, 그리운 사람과 약속을 정해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통칭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어왔다. 이유는 딸과 함께 사돈이 함께 만나는 경우도 있었고 비슷한 또래의 친인척이 함께 자리를 해 교류를 하며 그 범위가 점차 넓어졌기 때문이다. 즉 모녀간 상봉이 사돈 간, 동년배 간,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 간 교류로까지 연결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중로상봉은 왜 추석에 행했던 것일까? 이는 농경사회였던 과거 생활상이 반영된 것으로 추석은 보통 추수를 모두 마친 상태, 즉 농한기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손이 바쁜 때가 아니기에 며느리에게 하루 시간을 줘 친정 식구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이었고, 이것이 향후 공도체간 만남으로 확장되었을 때에도 농한기인 추석 시기가 부담이 적고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거에는 만남이 귀했다. 특히 부녀자의 경우는 더욱 제한 적이었기 때문에 중로상봉이라는 풍습을 만들어 잠시나마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중로상봉은 절실했던 관계와 교류에 대한 애틋한 해답이었을 것이다.


최근 추석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가족, 친인척과의 만남보다는 휴식과 여가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심지어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과의 대화를 부담스러워하고 두려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관계는 많아졌지만 만남은 줄어든 현대사회. 과거 애틋했던 추석 풍습인 중로상봉을 통해 모두가 한번쯤 만남과 교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