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연선] 건축물 자체가 미술작품으로 평가받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이 최근 개관 20주년을 맞아 대축제의 막을 올렸다. 이 뮤지엄은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것으로 이 건축물만을 보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렇듯 지난해 117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추산되는 구겐하임 뮤지엄은 빌바오의 경제를 살린 기적으로 불리며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빌바오 효과’란 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그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뜻한다. 쇠퇴해가던 스페인의 지방공업도시 빌바오가 1997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시설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경제적 부흥을 가져온 데서 비롯된 용어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개관 이후 매년 1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방문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2007년 기준, 2조 1000억 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이뤄냈다. 이후 빌바오 효과는 도시의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낼 때 쓰이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건축물은 한 도시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그 공간적 기능만으로도 도시 발전에 기여하지만, 예술성에 따른 관광객 방문은 도시 성격을 바꿔 놓을 정도다. 이와 같은 빌바오 효과는 건물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신축 건물은 최첨단 디자인과 건축기술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반면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은 쌓인 세월의 흔적에 현대적 의미가 더해지면서 매력을 갖는다.
한편 빌바오 효과를 목격한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하이라인 파크도 그 중 하나이다. 하이라인 파크는 뉴욕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됐던 2.33km의 도심철도 고가 도로에 시민들이 꽃과 나무를 심어 2009년 공원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다. 무엇보다 공원 중심으로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시게루 반 등 유명 건축가들의 빌딩과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휘트니 미술관이 위치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며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도시재생 공간으로는 최근 5월 개장한 ‘서울로 7017’을 예로 들 수 있다. 서울로 7017은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 도로를 차량길에서 보행길로 바꾸고 645개의 원형화분과 18개 편의시설 등으로 통합 재생해 지역 활성화와 도심 활력에 힘을 쏟고 있다.
예술과 도시가 결합해 경제적, 문화적 창출을 만들어 내는 빌바오 효과.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빌바오 효과를 보려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존 지역의 문제점부터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잘 이루어져 제대로 된 지역 재생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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