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디자인 이정선] 최근 영국 BBC는 에베레스트의 상징인 ‘힐러리 스텝(Hillary Step)’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영국 산악인 ‘팀 모스데일’이 자신의 SNS에 “힐러리 스텝이 무너져 거대한 바위 더미로 변했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이 힐러리 스텝에 심한 손상을 입힌 것이 원인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힐러리 스텝(Hillary Step)’은 에베레스트 정상 도달 직전에 위치한 수직빙벽으로 정상에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등반로인 남동릉의 남봉(8600m)과 정상의 중간(8760m 지점)에 위치해 높이 약 12m로 정상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난코스로 알려진 구간이다.
1953년 5월 29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뉴질랜드 출신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 경의 이름을 따 힐러리 스텝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당시 정상 바로 밑에 도착한 노르가이가 탈진한 힐러리를 위해 30분을 기다렸다가 최초 등정의 영광을 양보했다는 일화가 있다.
따라서 산악인들에게 힐러리 스텝은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한 최후의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지난 2015년 네팔 강진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힐러리 스텝이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이 눈으로 덮여 있어 직접적인 확인은 불가한 상황이었고, 결국 팀 모스데일이 실제로 힐러리 스텝이 붕괴된 것을 확인하면서 추측은 사실로 밝혀졌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데 가장 어려운 코스였던 힐러리 스텝이 붕괴되자 산악인들은 좀 더 등정이 쉬워졌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팀 모스데일은 “등정이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불안한 바위 더미로 인해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며 경고했다.
또한 전문가들 역시 한꺼번에 많은 등반가가 몰릴 경우 정체 현상이 생겨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힐러리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 당시에도 등정 노하우를 전파하였더니 몰려든 등반가들 때문에 정체현상이 생기고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정체현상으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고산병이 악화되거나 기상이 갑자기 악화되어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했던 힐러리 스텝은 이제 붕괴되어 사라졌지만 산악인들에게는 단순한 수직 빙벽을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 자체가 난관과 인내 그리고 성공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다수가 자신만의 힐러리 스텝을 직면하고 있고 그 앞에서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왔다면 포기하지 말자. 절망의 시간을 30분의 휴식으로 바꾸고 마지막 힘을 내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힐러리 스텝을 뛰어넘는다면, 분명 구름에 가려져 있던 정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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