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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그라피티로 훼손된 청계천 베를린 장벽의 의미는? [지식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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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 분단의 상징이었던 독일. 그러나 지금은 통일의 상징이 된 독일. 그리고 그곳의 베를린 장벽. 독일이 과거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된 것과 마찬가지로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에게 베를린 장벽의 의미는 각별하다. 

서울시와 베를린시는 지난 2003년 9월 두 도시의 공원이나 거리 중 한 곳에 상대 시의 이름을 명명하기로 하였고 청계천 복원 시 서울시는 청계2가에 베를린 광장을 조성하였고 이에 베를린시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기증하였다. 

출처/정태용 씨 SNS


베를린 장벽은 지난 1989년 독일 통일 당시 모두 허물어졌지만 그 중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중심으로 하여 일부는 기념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청계천에 옮겨진 장벽은 그 중 길이 3.6m·높이 3.5m·두께 0.4m의 덩어리 3개를 원형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장벽은 옮겨진 이후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그저 서울 한복판에 세워져 있는 조금 특이한 조형물에 불과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8일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씨가 이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로 그라피티를 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자신의 행위를 SNS에 올리고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자찬했다.

하지만 정 씨의 행위로 인해 베를린 장벽에 있던 서독인들의 통일을 염원하는 낙서와 시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장벽이 깨끗했던 동독 쪽의 벽이 파랗고 빨간 물감으로 뒤덮여 훼손되었다. 정 씨는 베를린 장벽이 흉물스러웠고 자신이 한 행동이 예술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중구청은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청계천 베를린 장벽은 분단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독일 베를린시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기증한 조형물이다. 

베를린 장벽은 독일의 동서를 분단시켰던 장벽이니만큼 흉물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 사람들은 통일 전에도 통일에 대한 염원과 같은 핏줄에 대한 연민, 그리고 그리움 등을 벽에 낙서로 많이 표현했다. 

이처럼 현재의 우리가 보게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베를린 장벽이 낙서로 무참하게 훼손된 것이다. 서울시는 훼손 된 베를린 장벽이 콘크리트여서 물감을 흡수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제거하면서 원래 낙서가 사라지는 점 등 때문에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서 복원한다는 예정이다. 

정 씨는 이후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하였지만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진정한 예술가라면 사물 그 자체가 가진 상징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와 보존의 중요성을 먼저 알아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자체 역시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조형물에 대한 관리 소홀에 대해 크게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