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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지식용어] 불편한 소통대신 편리한 단절을...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 ‘침묵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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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려 지친 당신. 힘들게 집으로 가는 택시에 몸을 맡겨 본다.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고 아무 일도 하기 싫은 지금 이 순간, 택시 기사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오늘 만난, 자신을 화나게 했던 승객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택시운전기사. 평소 같았으면 맞장구쳐 주겠지만 지금은 그러기에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않으면 분명 다음 승객에게 내가 화나게 했던 승객으로 설명되겠지...그냥 말 안 걸어주면 참 편하겠는데...

픽사베이

위와 같은 상황에 승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운전기사의 ‘침묵’이었을 것이다. 모든 택시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택시운전기사가 걸어오는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승객들은 많을 것이다. 대화라는 것은 주로 공통의 주제와 공감대를 가지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승객과 택시운전기사 사이에는 목적지에 가고자 하는 동일한 목표 외에는 딱히 대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중간에 끊기게 되면 어색한 분위기가 될 수 도 있으며 자칫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정치적인 이야기나 성희롱적인 대화가 오가게 되면 그 불편함과 불쾌함은 심각할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택시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대화를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침묵택시’를 운영하는 회사가 생겼다. 

‘침묵택시’란 운전기사가 목적지를 묻거나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등 꼭 필요한 때 외에는 승객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하게 하는 택시이다. 단, 승객이 먼저 거는 말에는 대답을 할 수 있다. 

이 택시에는 침묵택시 표시와 ‘승무원이 승객에게 말을 거는 것을 자제한다’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고 승객은 이를 보고 침묵택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침묵택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우선 택시운전기사들은 자신들이 승객을 불편하게 하는 존재로 낙인찍히는 것이 불쾌하다. 택시운전기사 입장에서는 접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인데 마치 무슨 죄를 짓는 것 마냥 이를 금지한다는 점에 있어서다. 

반면 승객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돈을 주고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필요에만 응대를 해줬으면 하는 승객들이나 불필요한 대화 때문에 피곤을 느끼는 승객들은 이를 반기고 있고, 이에 대해 너무 정이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혹은 택시운전기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나 뜻밖의 정보를 얻는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니냐는 승객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침묵택시뿐 아니라 침묵쇼핑 등 소비자의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을 침해하지 않는 부분이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다. 적극적인 호객보다는 소비자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서비스로 인식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일본의 이 같은 사회 문화는 비슷한 사회 발전양상을 보이는 우리에게도 올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 사이가 단절되는 사회가 되기 전에 불편한 소통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