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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지식용어] 밥상차려 놓으니 숟가락 얹는 정부와 지차체, 관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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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민서]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흔들리는 형평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더 문제는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일부 지자체, 즉 관(官)이 이런 현상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 ‘젠트리피케이션’에 ‘관’을 합쳐 관트리피케이션이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낙후된 구도심이 발달해 임대료가 오르면서 그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원주민을 내몰고 있는 것을 뜻한다면, 관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사업의 이름 앞에 지자체가 원주민이 거주하는 땅과 건물을 수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둘 다 자본이 넉넉한 부류가 원주민이 있던 곳에 대체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동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원주민이 내몰리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관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곳. 바로 광주시 남구 양림동의 펭귄마을이다. 

 
펭귄마을은 마을 어른들이 걷는 모습이 펭귄과 유사하다고 해 애칭처럼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곳은 도심에 물들지 않은 옛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는 작은 동네로 4년 전부터 허름한 동네의 미화를 위해 곳곳에 마을 공공의 잡화를 소재로 한 미술품과 벽화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도심의 정겨움과 아기자기한 예술이 접목되자 입소문이나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어느덧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마을의 행복한 변신은 불현듯 먹구름이 되어 주민들에게 돌아왔다. 관광지로서 그 가치가 인정되기 시작하자 이 마을이 속한 남구가 도시재생계획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 당초 2011년 펭귄마을 일대를 주거환경개선정비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지만 그간 사업은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남구의 사업 속도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4년부터 펭귄마을 주민들에게 ‘관’의 이주 계획이 들리기 시작했고 2016년 1월에는 펭귄마을 일대를 문화공원지구로 확대/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5월엔 남구가 속한 광주시까지 힘을 보태며 35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8년까지 이 펭귄마을 일대를 주민주도형 공예특화거리로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여기서 공예특화거리란, 펭귄마을 일대 집과 폐가 등을 리모델링해 그 곳을 작가와 창업 희망자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으로 이 때문에 공예특화거리 개발대상지에 편입된 25가구는 전부 수용협의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물론 일부는 계약에 있어 찬성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펭귄마을 주민은 믿었던 관의 도심재생사업이 도리어 자신들을 내몰아 내는 꼴이라며 개탄했다. 또한 원주민들이 정성들여 관광지를 만들어 놓으니 이곳에 숟가락을 얹는 것 아니냐며 비난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빗대어 관이 앞장서 서민을 내쫒는 관트리피케이션이라는 성난 목소리가 쇄도 하는 실정이다.


구도심에 대한 도시재생사업, 분명 필요한 관의 행정이다. 그러나 그곳에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누가 행복해야 하는가는 꼭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도심재생사업이 원주민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가는 관트리피케이션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 및 기초단체 등 관은 반드시 통감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