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낮아진 유리천장으로 사회 진출 가능성이 커진 것이 이유기도 하며, 물가가 높아지면서 육아에 드는 비용 역시 커지며 외벌이로는 생활비의 여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육아를 위해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만, 정작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결국 아이의 조부모에게 육아를 부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식을 결혼시키고 황혼을 준비하던 조부모들은 졸지에 자식의 자식을 돌보는 ‘황혼 육아’를 하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물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키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조부모들도 많겠지만 육아라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고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리고 일찍부터 맞벌이 부부 세대가 진행된 일본의 경우에는 손주의 육아를 부담스러워하는 조부모의 심정을 일컫는 용어까지 생겨났는데, 바로 ‘손주 블루’이다.
손주 블루란 일본의 유치원 선생님 출신 육아 전문가 카와무라씨가 만들어낸 용어로, 손주와 우울함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진 말이며 자식의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생기는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일컫는다.
조부모가 손주의 육아를 맡는 비율이 늘고 있는 일본.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들을 지원하는 주택 리폼 보조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조부모들의 황혼 육아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수의 시에서는 황혼 육아를 위한 맞춤형 육아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조부모들이 조금이나마 편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과는 별개로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황혼 육아 중인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제 손주를 그만 돌봐도 된다면 그만 두겠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73.8%였다. 이미 노후한 신체로 아이들을 돌보기란 신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손주 블루’라는 용어를 창시한 카와무라씨는 자신이 ‘손주 블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을 소개했다.
카와무라씨는 손주의 양육 때문에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1. 할머니 방에 손자의 장난감을 두지 않기. 2. 손자 육아는 오후 8시까지만. 3. 할머니 집에 오기 전에는 미리 연락하고 사정을 설명하기 등의 3가지 규칙을 정하고 실행했다. 이 규칙에는 육아는 도와주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의 삶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카와무라씨는 “좀 더 제멋대로 살자”고 소리를 높였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울적하게 보내기보다는 자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이를 돌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카와무라씨는 조부모들에게 자신을 더 소중히 해야 ‘손주 블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며 황혼 육아마저 거절하지 못하는 조부모들. 그리고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육아를 부탁하는 자식들. 이것은 그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식은 조부모의 신체와 정신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들의 시간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부모도 ‘손주 블루’에서 벗어나 육아를 기쁘게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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