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민서] 밥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칠까? 볍씨가 밥이 되어 당신의 숟가락에 오르기까지 그 일대기를 한눈에 살펴보도록 하자.
흔히 농사의 시작을 ‘봄’이라고 생각하지만, 쌀 탄생의 시작은 ‘가을’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유는 가을 추수과정 중 수확된 볍씨 가운데 상태 좋은 것을 골라 모판에 뿌리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자궁이라 할 수 있는 모판에 생명의 씨가 뿌려지는 계절은 바로 가을 추수시기인 것이다.
이때 아무 볍씨나 모판에 올라가지 않는다. 모판에 뿌릴 건강한 볍씨를 고르기 위해 볍씨를 물에 담그는데, 이때 물에 뜨는 것들은 버려지고 가라앉은 꽉 찬 볍씨만 선택받게 된다.
그렇게 쌀의 탄생은 시작된다. 모판에 뿌려진 채 싹이 나고 봄이 되면 나는 ‘모’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쯤 되면 농부는 모를 본격적으로 심기위한 준비를 한다. 다름 아닌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논을 갈아엎고(논갈이) 물을 대는 것. 이때 멀쩡한 땅을 갈아엎는 이유는 그래야 땅속의 양분이 숨을 쉬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논갈이가 끝나고 모가 심기 적당한 크기로 자라면, 모내기(모판의 모를 논으로 옮겨 심는 단계)가 이루어진다. 모내기는 쌀을 수확하기 위한 벼로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라고 보면 되는데, 이 모내기의 적정 시기는 국내 기준 보통 5월이다.
이제 어린 ‘모’는 점점 자라 본격적인 ‘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벼는 그냥 둬도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농부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튼튼하게 자라도록 꾸준히 거름도 주고 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도 뽑아 주며, 해충 발생을 막는 증 농부들의 손은 아주 바빠진다.
그 뿐만 아니라 벼로 성장해 수확되기까지 장마, 태풍, 가뭄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올해는 보통 찾아오는 6월과 7월의 장마뿐만 아니라, 8월과 9월에도 가을장마가 이어져 농부들의 마음이 애가 탔다. 또 7월과 9월에는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생성도 잦아지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그리고 가뭄도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타들어가게 하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감뭄이 심해져 농업용수 부족이 극심하다. 심지어 올해 장마는 몇몇 지역에 집중되는 호우 특성을 보여 많은 비가 온 것 같지만 여러 지역에서 가뭄피해는 여전한 상황.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며 벼는 여름내 꽃을 피우고 열매(쌀)를 맺는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황금둘이 들면서 열매는 포동포동 여물어 가는데, 마침내 황금물결이 극에 달하는 추수시기(9월~10월)가 되면 벼를 추수하고 추수한 벼를 뽀얀 쌀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돌 같은 쌀 이외의 것들은 골라내고 쌀의 껍질을 벗겨서 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게 만들어 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품종과 상태에 따라 포장되고 각각 소매점과 도매점으로 유통되게 된다.
모판에서 숟가락까지, 쉽게 떴던 밥 한 숟가락이지만 볍씨가 쌀이 되는 과정이 참 길고 험난하다. 밥 한 톨이 소중한 이유도 다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음식이 풍요로운 시대, 그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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