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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시선톡] 어렵게 입사했더니 극기 훈련...피임약 까지 제공하며 100km 행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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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기자]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업으로 각광 받는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한다. 어떤 특혜가 있어서 쉽게 입사를 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그런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사를 한 신입사원들에게 ‘정신력’이란 아마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모진 고생을 하고 신입사원이 된 이들에게 회사가 맞이하는 방식은 또다시 정신력을 고취시킨다는 것이다. 좋은 회사에 왔으니 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회사에 몸바쳐 일을 하라는 뜻일까. 


많은 대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채용하고 연수를 할 때 해병대 캠프나 높은 산을 오르게 하고 긴 거리를 행군 시키는 등 마치 군 생활을 연상시키는 극기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신입사원 연수를 가서 이런 걸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픽사베이)

물론 각 회사의 전통과 문화라고 한다면 존중을 해 줘야겠지만 일정한 도를 지나치게 되면 그저 누습(陋習:나쁜 관습)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지난 8일 A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연수의 일환으로 이틀간 100km를 걷는 행군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이 행군에 앞서 은행 측은 여직원들에게 “행군을 하는 날 생리주기가 겹치면 힘들 것 같아 피임약을 준비했다.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말했고 일부 여직원들은 피임약을 받아가기도 했다.

100km 행군은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힘들어 할 정도의 고강도 프로그램이다. 사측에서는 행군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사람은 빠지라고 안내를 했다고 하지만 연수기간에 보이는 태도나 행실도 추후 신입사원 평가기준에 들어가는 만큼 빠지겠다고 쉽게 말 할 수 있는 신입사원이 있을까. 어렵게 들어온 만큼 사측이 마련한 프로그램은 모두 이수를 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돋보여야 앞으로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행군 등의 고강도 프로그램은 반드시 해야 사측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애초에 업무와 연관도 없는 이 프로그램들은 해야 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여성 신입사원들이 생리주기까지 억지로 맞춰가며 참여해야 할 당위성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피임약을 준비했다는 것은 그걸 복용해서라도 반드시 참여하라는 암묵적인 지시로 보인다고 할 것이지 참여에 대한 선택지를 준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해당 은행은 현재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신입사원에게 연수란 조직문화를 배우고 소속감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시기이며 기회다. 하지만 그 시작을 왜 고통에서 찾으려 하는 것일까? 그 고통을 극복하여 성취감을 맛보라고 하기에는 신입사원들은 이미 경쟁단계에서 엄청난 고통과 좌절을 다 맛보고 온 상태라 더 권하지 않아도 된다.

고리타분하고 강제적인 연수문화,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