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그 영향은 한반도로도 번져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투 운동 바람이 그야말로 한국의 연예계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권력과 권위를 이용한 성폭력을 당당히 고발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의 미투 운동. 그런데 이런 좋은 취지의 미투 운동이 크고 작은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주로 여성 피해자가 남성 가해자를 고발하는 행태를 띠기 때문에 성별 간 논쟁이 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남성들 측에서 ‘펜스룰’이 거론되며 여성들의 또 다른 반발을 사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그의 아내 [사진/마이크 펜스 SNS] |
펜스룰이란, 남성이 혹시 생길지 모르는 여성과의 잡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아예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개념의 용어이다. 펜스룰은 최초로 지난 2002년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발언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펜스 부통령의 이름을 따서 ‘펜스룰’이라는 용어가 만들어 진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철칙은 당시 성(性) 논란으로 갖은 구설에 오르는 인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신은 원천적으로 여성들과의 접점을 없애 그런 소문이 사전에 만들어지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때문에 미투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는 현재, 일부 남성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처럼 원천적으로 그러한 일을 차단하겠다는 심산으로 저마다 ‘펜스룰’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성들의 이러한 펜스룰 자체가 또 다른 여성 차별이라 지적한다. 이들은 펜스룰이 직장 내에서 여성에게 회사 업무를 메신저로 지시하고, 회식에서도 배제시키며, 대화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등 극단적 양상을 띤다고 주장한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곡해 하려는 펜스룰은 옳지 못하다는 것.
반면 이러한 여성들의 토로에 ‘펜스룰’을 지지하는 남성들은 ‘미투’운동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펜스룰 마저 비난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고충을 호소한다. 이렇듯 미투 운동에서 벗어나겠다는 펜스룰 자체가 또 다른 성별 갈등 2차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투 운동은 분명 권력형 성범죄를 몰아내고자 하는 좋은 의도로 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좋은 취지 이면에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 내는 발화제 역할을 하고 있는 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좋은 쪽이든 아니든 현재 대한민국 내 미투 운동은 활발한 상황. 그럴수록 성별/계층을 막론하고 한 번쯤 멀찌감치 떨어져서 미투 운동의 본질이 잘 이어지고 있는지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미투 운동의 바람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논란이 앞으로의 성별 갈등을 무너뜨리는데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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