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평소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유해한 동물들을 접할 때면 알 수 없는 묘한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국조이자 길조인 까치, 귀여운 청설모 등이 대표적으로, 최근 또 하나의 야생동물 개체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인간에 피해를 끼치는 반전 동물 반열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유해 동물로 새롭게 이름을 올린 동물은 바로 귀여움의 대명사 ‘꽃사슴’이다. 이 꽃사슴은 적갈색 몸에 박힌 흰 반점이 예쁘다고 해서 ‘꽃사슴’이라고 불렸는데, 실제 사랑스럽고 귀여운 연인을 부르는 하나의 대명사처럼 되어 왔다.
귀여운 꽃사슴은 왜 골칫덩이가 되었는가? [사진/픽사베이] |
이번에 골칫거리로 지정된 꽃사슴은 속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개체이다. 야생 꽃사슴은 원산지를 표시해 ‘대만 꽃사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속리산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20여마리에 불과하던 1990년대 이후 150여마리까지 개체수를 불리면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 속리산에 사는 대만 꽃사슴들은 농가에서 탈출했거나 종교행사를 통해 방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귀여움의 상징인 꽃사슴이 어쩌다 속리산에서 골칫덩이로 떠오르게 되었을까?
먼저 갑자기 불어난 꽃사슴의 개체수가 속리산의 토종식물을 뜯어먹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실제 속리산에는 다양한 토종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되어야 할 우리의 자연으로 꼽히는데, 그런 속리산에서 자칫 토종식물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먹어치우는 꽃사슴이 황소개구리처럼 생태계 교란 동물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또 대만 꽃사슴의 빠른 번식으로 인해 대한민국 고유종인 산양, 노루, 고라니 등의 서식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대만 꽃사슴은 노루와 고라니에 비해 몸집이 크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세해 먹이와 서식지를 독차지 하면서 고유종의 개체수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립공원 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몸집 큰 대만 꽃사슴이 번성하면서 노루와 고라니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고 토로한다.
이처럼 꽃사슴의 유해성이 점차 높아져 생태계 균형에 위협이 되자,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때아닌 꽃사슴 포획작전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꽃사슴은 행동이 민첩하고 영리해 쉽게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작전에 장애로 떠올랐다. 이에 공단은 우선 먹이가 줄어드는 겨울철 주요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대형 포획망(그물)을 설치하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며 과밀한 개체를 솎아내는 중인데, 이런 방식으로 2010년 이후 모두 93마리를 포획했고 이중 6마리는 지난겨울에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여움의 대명사에서 생태계를 교란하는 골칫덩이로 떠오른 꽃사슴. 그러나 꽃사슴 등 유해 동물들이 지금의 오명을 쓴 데에는 우리 인간의 책임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하지 못한 인간의 판단과 욕심으로 인해 외래종이 무분별하게 유입되었기도 하고, 또 동물들의 서식지와 이동경로를 인간이 점차 침해하고 파손하면서 그 피해가 되돌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유해 동물로 지정된 동물들은 대다수 인간에 의해 방생되었고, 동물들은 그 후 본능대로 살아갈 뿐이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유해 동물에 대한 빠른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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