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남녀 성평등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문화 중 영화에서도 성평등이 이루어져 있는지를 평가하는 테스트가 있다. 바로 ‘벡델 테스트’이다.
‘벡델 테스트’란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얼마나 남성 중심의 영화가 많은지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테스트 방법이다.
영화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는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바로 다음 세 가지의 기준을 충족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 할 것
2. 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3. 남성와 관련된 주제 외에 다른 대화를 나눌 것
기준만 보면 "어라?" 하기 쉽다. 이걸 통과 못 하는 영화가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실제로 측정을 해보니 매우 많은 영화들이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연히 영화 내용 안에 있을 것 같은 간단한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내용들을 대다수의 영화들이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벡델 테스트는 이런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영화들이 이미 각본 단계에서 여성 캐릭터의 역할 자체가 축소 또는 무시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주제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데 패미니즘 영화나 동성애 영화 같은 경우에는 이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의 경우에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단 외국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지난 2017년 흥행 상위 25편의 영화들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군함도’, ‘특별시민’, ‘아이 캔 스피크’, ‘장산범’, ‘악녀’ 등 5작품에 불과하며 올해 작품 중에는 ‘마녀’와 ‘허스토리’가 통과를 했다.
스웨덴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세계 최초로 이 테스트를 영화 산업에 도입하여 통과한 영화에 ‘A’라는 인증마크를 붙여준다.
그렇다면 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영화들은 ‘성차별이 심한 영화’, 혹은 ‘나쁜 영화’일까? 그렇지 않다. 벡델 테스트는 그저 영화에서 여성의 존재 유무와 활약 유무만을 확인 하는 것일 뿐 영화 자체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전쟁영화 같이 여성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는 영화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려운데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라이언 일병구하기’ 같은 영화가 나쁜 작품, 혹은 성차별이 심한 작품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테스트는 벡델이 생각했던 시스템적으로 여성의 비중이 낮은 것을 확인할 뿐 작품성과 패미니즘을 평가하는 지표는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인 벡델 테스트. 내가 보는 영화가 이 테스트를 과연 통과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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