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지혜 수습기자] 장황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무엇이 요점인지, 말은 언제 끝나는지 기타 등등 온갖 잡생각이 들면서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경청이 최고의 신뢰이자 배려라고 하지만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순간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말은 단순하게 할수록 잘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불필요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는 것이 최상의 화법. ‘오컴의 면도날’은 현대에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출처_Wikimedia Commons]
오컴의 면도날이란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을 일컫는다.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내 버린다는 비유적 표현이며, 그래서 이 용어는 경제성의 원리, 사고 절약의 원리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오컴의 면도날은 14세기에 영국 출신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오브 오컴이 처음 주장한 이론이다. 1324년 신과 만물의 존재에 대해서 토론하던 오컴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나 불필요한 가정을 잘라내는 면도날을 도입하자고 하였고, 이에 따라 만약 어떤 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여러 주장이 제기되었다면 그 중 가정이 많은 쪽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였다.
쉽게 말해, 어떤 현상에 대해 논할 때 불필요한 과정을 최대한 줄여야 판단 오류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사례 1> 내가 시킨 택배가 옆집 문 앞에 있다.
가. 배달원이 착각을 했다.
나. 우리 집 앞에 있던 택배를 누군가 옮겨놓았다.
오컴의 면도날에 따르면 (가)의 경우가 더 타당한 가정이 된다. 아직 헷갈린다면 또 다른 사례를 들여다보자.
<사례 2> 시계가 멈췄다.
가. 건전지가 다 되었다.
나. 이 세상의 시간이 멈추었다.
두 번째 사례 또한 어떤 현상에 대해 논할 때 불필요한 과정을 최대한 줄여야 판단 오류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가)가 정답이 된다.
한편 이러한 오컴의 면도날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나친 단순화가 다양성을 줄이고,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추후에 그 쓸모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특정한 이론에서 학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일은 ‘오컴의 면도날’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정신 건강에 더 이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단명료한 것을 기본 전제로 하되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방법으로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아가자)’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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