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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프랑스 소수정예 학교 ‘그랑제콜’...폐쇄의 그림자 드리워진 이유는? [지식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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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프랑스에서 한국계 장관이 탄생해 화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발표한 장관급 인사 3명의 명단에 ‘세드리크 오’, 한국이름 ‘오영택(37세)’씨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디지털 경제 담당 국가비서(장관급)로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참고로 세드리크 오는 1982년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한국인 아버지와 한국에서 불어 강사를 했던 프랑스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트리크 오가 한국계라는 점 외에 한 가지 또 눈길을 모았던 것은 세드리크 오가 ‘그랑제콜’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랑제콜은 ‘소수정예 특수대학’으로 세트리크 오는 그랑제콜인 고등상업학교(HEC)를 졸업한 뒤 2006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후보의 사회당 경선 팀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소수정예 특수대학이라는 수식에서 알 수 있듯 ‘그랑제콜’은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프랑스 전통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을 지칭한다. 그랑제콜 대학들의 설립은 오랜 역사를 지닌다. 18세기 후반부터 세워지기 시작해 19세기에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파리경영대학(HEC Paris), 국립행정학교(ENA) 등으로 세분화됐다.

그랑제콜은 워낙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랑제콜을 두고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곳은 입학을 아무나에게 허락하지 않아, 들어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인재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랑제콜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요건과 과정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대학입학 시험인 바칼로레아(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개념)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고등학생 중 그랑제콜 입학을 원하는 이들을 모아, 2년 동안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별도로 공부하게 한다. 그런 뒤 여러 차례의 엄격한 시험을 치러 최종적인 전체 등수를 합산해 입학이 허용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입학이 까다롭기 때문에 그랑제콜의 입학정원은 200~300명 정도에 불과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그랑제콜 시험은 한 번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불합격하면 응시 기회가 사라진다.반면 프랑스의 일반 대학은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 대학입학을 원하는 모든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다.

그랑제콜에 입학하면 그 자체로 인재임이 증명 된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성공가도를 보장받게 된다. 실제 그랑제콜 졸업 후에는 성적순으로 관청, 기업, 대학 교수직 등의 지위가 주어진다. 특히 그랑제콜에서 프랑스 각계 인사들이 배출되었고 특히 다수의 프랑스 정치인 역시 그랑제콜 출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명문 학교 그랑제콜을 두고 최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랑제콜에서 기득권층이 형성되고 이들 사이에 권력과 자본이 집중된다는 문제였다. 때문에 프랑스 내에 그랑제콜에 대해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지난 4월25일 마크롱 대통령은 그랑제콜 전반에 의식제고와 비판 여론을 잠식시키기 위해 그랑제콜의 상징이었던 국립행정학교(ENA)의 폐교 방침을 내렸다.이로써 개교 70년 만에 프랑스 현대사와 함께해 온 ENA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프랑스의 재건과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인재 양성 학교 ‘그랑제콜’. 그간 이어온 명성에 공정함과 청렴함을 더해, 앞으로 더욱 건강한 발전을 이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