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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마약 양성 반응 나왔는데 무죄...왜? [시선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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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경우는 무조건 유죄일 것 같지만 무죄가 인정된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6시 20분쯤 부산의 한 호텔 8층에서 투숙하던 A(47)씨가 창문에서 투신소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다행히 A 씨를 구출했지만 A 씨의 말과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느끼고 정신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가족에게 인계차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그런데 경찰은 A 씨가 투숙했던 호텔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발견하였고 이를 근거로 지구대에 있던 A 씨를 마약투약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또한 A 씨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체집해 간이시약 검사를 시행하였고 양성반응이 나오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픽사베이


빼도 박도 못할 것 같은 상황. 결국 A 씨는 1심에서 마약투약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런 1심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1심에서 인정한 ‘현행범 체포’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A 씨 호텔 방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마약인 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방금 끝마친 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주사기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A 씨는 범죄를 실행 중이지도, 방금 끝마친 자도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경찰이 범행 장소인 호텔에서 A 씨를 임의동행하여 20분이 지난 후 지구대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와 같은 이유로 '방금'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인데 ‘현행범’으로 체포하였기에 ‘위법’이고 이렇게 위법하게 체포된 A 씨에게서 체출한 소변과 모발 등의 증거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가 되어 증거능력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런 증거들로 생성된 마약 감식보고서 또한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범’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진행했다. 방에서 주사기가 발견되었고 A 씨의 상태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경찰은 A씨를 발견한 시점에서 A 씨를 마약투약 현행범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사기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아 그 장소와 그 시간에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가 없어 ‘현행범’이 부정되었고, ‘현행범’이 부정되자 그 절차에 따랐을 때에는 적법하게 체출했던 증거들이 모두 위법에 의한 증거가 되었다. 

결국 이번 사건은 A 씨라는 마약 투약자가 실제로 있고 투신 소동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형식에 의해 무죄가 되어버렸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는 사법기관에 의해 훼손될 수 있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과연 이 법조문으로 인해 A 씨의 인권은 지켜진 것일까? 경찰은 앞으로 마약투약자와 빈 주사기를 동시에 발견하고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 안 되는 것일까?

법조문 하나, 단어 한 개 차이로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오묘한 법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