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앳되었던 만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20년 경력의 중견 가수가 된 박기영.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박기영이 8년 만에 8집 앨범이자 데뷔 20주년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박기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보았다.
PART 1.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
[사진_문라이트 퍼플 플레이]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가수 박기영입니다.
-축하합니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했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20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기분이에요. 그리고 “앞으로의 20년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시시때때로 변하는 음악 시스템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해야 한국 대중음악가로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고민은 계속할 것 같아요. 앞으로의 변화에 나는 어떻게 적응하고 동시에 박기영만의 음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점이 된 것 같아요.
[사진_문라이트 퍼플 플레이]
-20년을 맞아 20년 후를 고민하고 있는데, 20년 후의 기영 씨는 어떨 것 같아요?
20년 후면 제가 환갑이네요. 하하. 그때도 저는 노래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그때에도 계속 노래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20년 후의 기영 씨가 들려주는 음악,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현재 기영 씨의 노래가 여전히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어요. 그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노래가 있나요?
모두 제 아픈 손가락 같은 곡들이라 하나만 고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앨범에서 고르자면 2집과 5집이 가장 애착이 가요. 2집의 경우, 제가 처음으로 싱어 송 라이터로서 재량을 펼칠 수 있었던 앨범이에요. 사실 1집 때는 제가 너무 어렸고 신인이다 보니까 무슨 곡을 써도 말도 건네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1집 작업 때가 가장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아, 그랬군요. 그럼 2집을 제작할 때는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나요?
2집 작업할 때 당시 가장 유명하던 손무현 오빠를 프로듀서로 모시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오빠가 저한테 “너희 학교 곡 쓰게 하잖아. 네가 쓴 곡 가져와봐” 하시더니 제 곡을 같이 편곡해주셔서 제가 쓴 곡 모두 앨범에 수록할 수 있었어요. 대학교 입학해서 처음 쓴 곡도 앨범에 들어갔어요. 제가 쓴 곡들이 타이틀곡이 된 건 아니지만 그 앨범으로 인해 뮤지션으로서 숨통이 트이고 대중적인 사랑도 많이 받게 되었어요.
-2집이 지금의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의 시초가 된 앨범이었네요. 그러면 5집은 어떤 이유에서 애착이 가나요?
5집 앨범은 러브홀릭 이재학 오빠랑 같이 작업했는데 이때도 정말 너무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제가 쓴 곡이 타이틀곡이 되기도 했고요. 사실 5집 앨범이 전체적으로 좀 우울해요. 당시 제 심정이 많이 반영 됐거든요. 그래도 음악적으로는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인 것 같아요.
[사진_문라이트 퍼플 플레이]
-현재 어쿠스틱 블랑이라는 밴드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쿠스틱 블랑 멤버들과는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라고 들었거든요. 어떤 인연인가요?
어쿠스틱 블랑 멤버들은 같이 대학을 다니고 숙제도 하고, 합주도 같이하던 동기들이에요. 그 동기들이 지금까지 20년 동안 계속 저랑 같이 음악을 하고 있는 거에요. 저에겐 가장 큰 자산이죠.
-20년이면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전혀 없었어요. 멤버들 성격이 제각각이고 구성하는 포지션이 다 달라요. 또 서로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부재 같은 거에 대해서 마음 쓰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다들 쿨 해요. 심지어 제가 예전에 소속사와의 문제로 정신없이 바쁠 때는 저 빼고 밴드 멤버 세 명이서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어요. 하하. 물론 저는 옆에서 열심히 응원했죠.
-작년부터 스튜디오 라이브를 진행 중이에요. 스튜디오 라이브가 뭔지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설명 좀 부탁드려요.
뮤지션들이 헤드셋을 쓰고 녹음을 할 때, 그 현장에 팬들을 모셔서 라이브로 진행하는 공연을 스튜디오 라이브라고 해요. 관객 모두가 저와 같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헤드폰을 통해 라이브를 청취하는 방식이에요. 이걸 제가 작년 4월에 처음 했는데 국내에서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올해 4월에도 진행했고, 매년 4월에 계속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라이브인데 스튜디오에서 하기 때문에 이날 공연을 앨범으로 만들어서 발매하기도 해요. 작년에 진행된 스튜디오 라이브도 앨범이 나왔고, 올해 진행한 스튜디오 라이브도 앨범 후반 작업 중이에요.
[사진_문라이트 퍼플 플레이]
-올해 진행된 스튜디오 라이브 사진을 보니까 어쿠스틱 블랑 멤버들이 무대 구석, 관객들 사이에 있더라고요. 이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년에 처음 했을 때는 모두 가운데 모여 있고 관객들이 우리를 둘러싸는 형태로 진행했었는데, 이보다는 조금 더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관객들 사이로 가기로 했어요. 근데 제가 그랜드피아노를 치며 연주해야 하는 데 제가 키가 작아서 그랜드피아노에 가려져서 멤버들이 안 보이는 거예요. 멤버들도 구석에 있으니까 저를 못 보고(웃음). 그래서 연주자들끼리 서로 안 보고 공연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어요.
-하하. 이제는 눈빛마저 마주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이가 되었네요. 평소 많은 뮤지션들과 협업을 해왔는데, 최근에 눈여겨보거나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정말 너무 많아서 한 분을 콕 집어서 말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직까지 한 번도 안 해본 장르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아직 힙합 뮤지션과 한 번도 콜라보를 안 해봤거든요. 그래서 비와이 씨와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와, 박기영 씨가 힙합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비와이 씨와의 콜라보, 조만간 볼 수 있는 건가요?
사실 그분의 음악을 들어봤는데, 도저히 보컬이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힙합 뮤지션과의 콜라보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저는 콜라보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개인적인 욕심보다 음악의 완성도이거든요. 두 뮤지션의 장점도 다 살려야 하죠. 그래서 제가 비와이 씨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둘이 같이 작업하면 과연 결과물이 좋게 나올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힙합 뮤지션을 발견한다면 그때는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_문라이트 퍼플 플레이]
-박기영 씨의 힙합 콜라보, 언젠가 꼭 볼 수 있기를 바랄게요. 다른 뮤지션과 콜라보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논했는데, 나아가 가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무엇인가요?
아,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음,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엔 ‘소통’인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감정, 내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느꼈던 느낌 내지는 에너지를 얼마만큼 듣는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느냐, 이게 가수로서의 가장 본질적인 자질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수 박기영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팬들과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박기영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2부에서는 우리가 그 동안 알기 힘들었던 박기영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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