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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육신이 아닌 영혼이 가서 영화를 본다는 ‘영혼 보내기’ [지식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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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조재휘] 영화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를 주제로 다루며 배우 라미란과 이성경, 수영 등 여성 주인공들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크게 인기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이에 ‘영혼 보내기’ 효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영혼 보내기’는 영화, 공연, 스포츠 경기 등을 예매한 후, 막상 상영, 공연, 경기 시간에 가지는 않는 행위를 뜻한다. 쉽게 말해 육신을 제외한 영혼이 가서 보고 있다는 얘기이며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여초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며 알려졌다. 

[사진/영화 '걸캅스' 스틸컷]


단어의 탄생이 영화 관련인 만큼 영화 쪽에서 주로 쓰이고 있으며 소비자가 직접 영화를 보러 가지 못할 때 예매만 하여 본인이 선호하는 취향의 영화를 지지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사정상 영화를 관람하진 못하지만, 영화를 응원한다는 마음에서 표를 구매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언제 시작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영화 <미쓰백> 때부터 유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 <미쓰백>은 페미니즘을 강조한 영화는 아니지만 여성 감독과 여성 주인공의 영화라는 점에서 페미니즘 성향의 사이트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시켜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영혼 보내기가 먼저 유행했다. 실제로 영화 <미쓰백>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도 해 영혼 보내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영화 <걸캅스>가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을 겨냥한 영화로 유명세를 얻자 여초 사이트의 회원들이 <걸캅스>를 응원하자며 영혼 보내기를 했다는 내용의 인증 글을 올리는 것이 유행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흥행에 성공할 경우 이런 여성 중심 영화가 더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를 캡처해서 조롱하는 글이 퍼짐으로써 해당 단어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실제로 <걸캅스>가 손익분기점 150만을 달성하게 됨으로써 영화의 흥행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목적과 이데올로기의 정당화를 위해서 조장될 수 있다는 사례가 나오게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영혼 보내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음원 사재기와 다름없는 또 다른 ‘사재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는 음원 관련 업자가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을 부당하게 구입하여 여론을 조작하지만 영혼 보내기는 소비자가 의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영혼 보내기를 하는 소비자들은 타인에게 방해되지 않기 위해 주로 남들이 덜 찾는 조조 시간을 틈타 가장 앞 열이나 가장자리 좌석 등을 예매한다. 이는 영화 상영 직전에 취소하여 타인에게 좋은 자리에서의 관람 기회를 뺏는 것과는 달리 타인의 권리 침해 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영혼 보내기’ 문화에 대해 새로운 문화 운동의 일환이라는 측과 영화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측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영혼 보내기’가 한국 영화 장르의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영화 시장의 전체 질을 떨어뜨리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