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디자인 최지민] ‘추적 25시’ ‘사건 25시’ ‘25시 편의점’ ‘시장실 25시’ 등 25시라는 표현을 써서 인간에게 주어진 24시간보다 더 열심히, 성실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관용적인 의미로 25시는 하루의 상식적인 시간인 24시간을 넘어서 보이지 않은 시간, 숨겨진 시간을 뜻한다.
그런데 이 25시는 본래 부정적인 의미에서 시작됐다.
25시라는 말은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기우가 쓴 소설 <25시>에서 시작됐다. 소설 25시는 요한 모리츠라는 한 루마니아인의 파란만장하고 참담한 삶을 그린 소설로 기계 문명에서 인격화 되지 못한 현대의 부조리를 고발했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루마니아 한 시골 마을에 요한 모리츠는 착한 시골 청년농부로 미국으로 돈을 벌러 가려 했지만 연인이었던 스잔나와의 밀회를 그의 아버지에게 들키게 되고 결국 스잔나와 결혼하여 마을에 남는다. 몇 년이 흘러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그는 주택 토지 승계문제로 스잔나와 이혼서류를 작성하게 되는데 그 때 ‘인종 문제’로 적은 것이 화근이 돼 유태인으로 낙인 찍혀 유태인 수용소로 가게 된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다른 유태인들과 함께 헝가리로 탈출하지만 루마니아와 적대관계였던 헝가리에서는 그가 루마니아인이라는 이유로 다시 고문을 하고 그를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팔아 버린다,
독일에서 모리츠는 컨베이어에 실려 오는 단추상자를 트롤리에 옮겨 싣는 노역을 하게 된다.어느 날 게르만민족 연구가인 독일군 장교에 의해 그는 졸지에 게르만 영웅족의 순수한 혈통을 이은 후예로 인정받아 강제노동의 감시병으로 출세한다.
군인이 된 그는 프랑스 포로를 구출하여 미군 진영에 도착하자 처음에는 연합군을 위한 영웅대접을 받다가 갑자기 적성국가의 시민이라는 이유로 수용소로 이송 당한다.
이후 13년 동안 의도하지 않은 수용소에서 수난의 시간을 보낸다. 1백여 군데의 수용소를 거친 후 체포되던 때처럼 영문도 모르게 석방된다. 이제 전쟁이 끝나 석방되어 스잔나를 만났지만 18시간 뒤에는 다시 감금된다.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서유럽에 사는 동유럽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령이 발령됐기 때문이다. 모리츠는 결국 가족들을 위해 미군 병사로 지원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모리츠는 떠돌아다니는 국가마다 유대인, 적성 루마니아인, 게르만 민족 등 매번 의도하지 않은 다른 국적의 사람으로 대접 받으면서 고난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소설 마지막 장면도 그는 결국 루마니아인으로 사는 것이 아닌 미군 병사로서 삶으로 마무리 된다.
25시의 시작이 되는 소설에서는 25시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25시. 인류의 모든 구제가 끝난 시간이라는 뜻이야. 설사 메시아가 다시 강림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구제도 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말이야. 이건 최후의 시간이 아니라고. 마지막 시간에서도 한 시간이나 더 지난 시간이야. 이것이 서구사회의 정확한 시간이란 말이야. 현재의 시간이란 말이야”
소설 속 25시는 이미 지나 버리고 늦어져서 느끼는 불안과 절망감을 상징하는 시간이다. 아무도 구제할 수 없는 시간. 작가 게오르기우가 순박한 농부 모리츠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절망과 불안감은 과거 지향적이다.
현대에서 쓰이고 있는 의미와는 다르다. 현대에서 25시는 '24시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매우 바쁘고 분주한 삶' ‘24시간을 넘어선 활동의 시간’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한 시간이 더 필요할 정도로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삶의 미래 지향적 속성이 반영되어 있다.
둘의 공통적인 의미는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시간’인 것. 다만 소설에서 쓰였던 부정적 의미가 현대에 와서 변화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삶의 모습이 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문화를 반영하는 언어. 현대에서의 25시는 어쩌면 늘 하루가 모자라는 삶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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