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톡] 여고생 조카 위해 12자루의 칼을 차고 학교로 간 이모

[시선뉴스 이호] 지난 2016년 8월 A(46/여)씨는 자신의 조카가 다니는 고등학교로 찾아가 학생들과 교사가 보는 앞에서 상담교사인 B(40/여)에게 “너 때문에 조카와 가족이 다 죽게 생겼다”며 소란을 피웠다. 

그리고 같은 달 A씨는 또다시 학교로 찾아가 이번에는 교장실에서 허리에 과도와 식칼 등 칼 12자루를 허리에 매달고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위협하기도 했다. 

A씨는 왜 학교에 찾아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이유는 여고생 조카의 상담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조카가 상담교사인 B씨에게 상담을 했는데 그 내용이 학생들에게 유출되어 A씨의 조카가 크게 괴로워했고 이를 지켜본 A씨가 격분해 학교로 찾아간 것이다. 

A씨는 또한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죽음의 지경으로 몰아넣고 너는 오리발만 내밀고' 등의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고대와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된다(출처/픽사베이)

23일 울산지법 형사4단독 이준영 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밝혔다.

B씨가 상담교사로서의 본문을 망각하고 A씨 조카의 상담 내용을 다른 학생들에게 유출한 것은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예민한 청소년기의 상담내용이기에 더욱 그래선 안 됐다.

잘못이 있으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감정적으로 다가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A씨의 조카의 문제를 더욱 크게 부각시키고 문제의 해결도 안 될뿐더러 또하나의 가해자만 늘어나는 꼴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학생인 딸이 왕따를 당하자 6명의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학교에서 행패를 부린 아버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자신의 딸이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은 세상 그 무엇보다 분노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고대 보복형 법전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면 절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수단이 정당치 못하면 정당했던 목적마저 빛이 바래게 된다. 원하는 만큼 빠르게 처리가 안 되더라도 좀 더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