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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지식용어] 신라시대 고위층 볼일 어떻게 봤을까? 수세식 화장실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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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인간의 삶에 있어 섭식과 배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본능적인 욕구이다. 따라서 시대가 흐르면서 그 모습도 많이 변했는데 특히 과거 재래식 화장실에서 양변기, 좌변기, 비데 등 그 변천사를 보면 새삼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최근 무려 8세기 통일 신라시대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발견되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지난 2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 지역에서 발굴한 화장실 유물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견된 수세식 화장실터는 화강암을 둥글게 깎아 만든 변기와 전돌을 타일처럼 바닥에 깐 모습으로, 우리나라 고대 화장실 유적 중에 화장실 건물과 석조변기/오물 배수시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세식 화장실터는 고위층이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는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문무왕 14년(674년)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경주 동궁과 월지는 지난 1975년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처음 조사되었다. 첫 조사 당시 인공 연못, 섬, 동궁 관련 건물지 일부와 3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는데, 당시 신라시대 고위층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수세식 화장실터 역시 고위층의 화장실문화를 확인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공개된 수세식 화장실터는 출토 당시 석조변기는 타원형 변기 좌우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널찍한 직사각형 판석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면 오물이 암거를 통해 배출되는 형태이다. 타원형 변기의 크기는  길이 90cm, 너비 65cm에, 패인 변기에는 직경이 약 12cm인 구멍이 뚫렸는데 이 구멍은 기울어진 수로를 통해 배수로와 연결된다. 그 외 타원형 변기 위에 올린 판석은 길이가 175cm, 너비가 60cm다.

이를 토대로 연구소는 신라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화장실로 판단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고급석재인 화강암을 가공하여 만들었다는 점’ ‘오물 제거에 수세식 방식이 사용된 점’, ‘변기 하부와 오물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의 전돌을 깔아 마감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당시 왕궁에서 사용된 고급 화장실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것.

해외에서도 이러한 고급 화장실 터가 발견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인더스 문명의 도시 모헨조다로에서 BC 3000∼BC 1500년에 쓰인 것으로 추측되는 수세식 화장실 터가 발견된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앞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장실 유적은 전북 익산시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출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수세식 화장실터는 현재까지 조사된 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이어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신라시대 고위층의 화실실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터가 잘 보존되고 연구되어 과거 선조들의 생활 모습에 대한 가치 있는 학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유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국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