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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문학이야기] 48가지 감정에 귀를 기울여본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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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문학이야기는 매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콘텐츠로, 책이나 글에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知)를 고취시키고자 제작됩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인 만큼, 간혹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하루 중 자신의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 본적이 있는가? 문득 핸드폰 액정에, 지하철 창문에, 거리의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이 딱딱하게 굳어있음을 발견해 본 경험은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감정을 묻어 두고 살아간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급급한 우리는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게다가 어느 집단, 조직 속에서 감정을 드러냈을 때 자신에게 다가올 불이익에 대해 잘 알기에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의 소리인 감정을 애써 듣지 않은 채 무시하며 살아간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우리가 꼭꼭 닫아둔 감정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작가인 강신주는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자기감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작가는 자기감정의 회복을 위해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분류한 48가지 감정을 48가지 문학과 명화를 통해 설명한다.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48개의 명작과 문학을 통해 그동안 묻어뒀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경험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왜, 우리는 감정을 살려야 하는 것일까?

‘감정’은 인간과 기계의 가장 큰 차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기계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시대가 온다고는 하지만 감정의 영역은 오롯이 인간만의 것으로 인식된다. 인간은 기쁨, 슬픔, 설렘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사유와 창의성을 발휘해 예술과 문화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 예술과 문화를 통해 타인과 감정을 공유해갔다. 

하지만 감정이 억눌린 사회 속의 인간은 기계와 다를 바가 없다. 학생도 직장인도 오직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치를 채우도록 설계된 기계처럼 맹목적으로 살아간다. 감정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우리 사회는 아무 색깔도 없는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누구와도 감정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는 외롭고 삭막하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외부의 목표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닌 자신의 감정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서로가 공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회색의 도시가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질 것이다.

왜, 우리는 감정을 구분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작정 감정을 살리기만 하면 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감정은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나뉜다. 그러나 그 기쁨과 슬픔 안에도 상당히 세분화된 감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들은 기쁨과 슬픔의 영역을 공유하기도 하고, 심지어 기쁨인줄 알았던 감정이 슬픔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연민과 사랑을 구분할 수 있냐’는 작가의 질문은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연민이나 사랑이나 상대를 위하는 감정은 맞지만, 더 이상 상대가 불행하지 않을 때 연민이라는 감정은 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연민은 상대의 불행에 안도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연민과 사랑, 모두 나의 만족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기쁨의 감정 같지만 결국 둘은 전혀 다른 감정인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 감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감정의 혼란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자신감 없는 상태로 만든다. 결국 내 삶의 당당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48가지의 감정을 구분해 그 감정을 명확히 구분하는 연습을 하게 한다.    

왜, 수많은 철학자 중 스피노자인가?

대부분의 윤리학자들은 개개인의 삶보다는 사회질서를 우선시했다. 그래서 그들은 전체 사회를 위해서 개인의 욕망이나 감정은 철저히 통제되거나 절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통제의 역할을 하는 이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자신의 저서 <에티카>를 통해서 감정을 통제하는 이성이 아닌 감정을 긍정하고 지혜롭게 발휘하도록 하는 이성을 주장했다.

작가가 스피노자를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점에 있다. 감정을 억압하는 대상이 아닌 긍정적으로 활용할 존재로 본 스피노자는 그 어떤 철학자보다 감정을 세분화해서 분류했고, 그렇게 48가지의 감정을 규정했다. 작가는 이렇게 규정된 48가지 감정을 문학과 명작들을 바탕으로 우리 현실에 비추어 세심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48가지의 조언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감정의 구분을 현실에 적용하게 한다.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렇게 감정을 꾹꾹 억누르며 그것이 어른의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성숙한 자아가 되는 길인 것일까.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감정에 휘둘려 살아가는 것은 결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이 감정에 대처해야 할지 아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그러한 지혜를 기를 수 있게 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불안감에 둘러싸인 이들에게 이 책이 나의 감정을, 더 나아가 나를 알아가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