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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주취자 폭력으로 인한 소방관 순직...예견된 사고 [시선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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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 지난달 2일 오후 1시쯤, 소방공무원 강연희(51) 소방위는 전북 익산시의 익산역에서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 

현장에는 A(47) 씨가 과음으로 인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강 소방위는 A씨를 구급차에 태워 익산에 소재하고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A 씨는 의식을 찾았는데 갑자기 욕설과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해서는 강 소방위의 머리를 5~6차례 구타하였다. 결국 A 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서야 진정되었다.

익산소방서 제공


그런데 강 소방위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강 소방위는 같은 달 5일 어지럼증과 경련, 심한 딸국질과 구토 증세를 보여 자율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9일에는 다른 병원에서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 판정을 받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그렇게 정밀 검사를 앞두고 있던 강 소방위는 지난달 24일 뇌출혈로 쓰러졌고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1일 오전 5시 10분쯤 생을 마감했다. 강 소방위는 이번 사건이 있기 전까지 특별한 질병이 없이 건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익산소방서는 A 씨의 폭행이 강 소방위의 사망에 연관성이 크다고 보고 추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오후 한시, 대낮에 있었던 주폭에 의해 18년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종사했던 소방관이 사망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소방관이나 구급요원들이 이런 주취자들의 폭행에 노출되어 왔던 것은 어쩌면 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시을)에 따르면 소방관이 폭행·폭언을 당한 건수는 2012년 93건(폭행 93건), 2013년 149건(폭행 149건), 2014년 132건(폭행 130건, 폭언 2건), 2015년 198건(폭행 194건, 폭언 4건), 2016년 200건(폭행 200건), 2017년(7월말 기준) 98건(폭행 97건, 폭언 1건)으로 최근 5년 7개월간 총 87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관 폭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2012년에 비하면 2016년은 2배 이상의 증가폭을 보이는데 이는 소방관 폭행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현행 소방기본법 제50조 제1호는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처벌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A 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벌금 500만원이면 된다 신고하라”였던 것이다. 그만큼 주취자들의 인식에서는 자신을 안전을 보호하려는 소방관들이 자신들의 화풀이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난동을 부려도 벌금으로 떼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감사하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적반하장의 행위가 처벌이 약하니 안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대적인 약자인 소방관들에게 이런 고통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같은 주취자를 상대하는 경찰의 경우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면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해당 행위가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에게는 이런 권리가 없다.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면 회피를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송 중인 구급자 등의 좁은 공간에서는 회피를 할 수 도 없다. 고스란히 주취자의 난동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주취자 폭력에 의한 비극. 계속 문제시 되어 왔고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국 사고가 터지도록 변화는 없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처벌을 강화하거나 주취자에 한해서 신체적 구속을 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