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지난 2002년 12월 14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에서 여주인 A 씨(50) 가 둔기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하지만 현장에는 CCTV도 없었고 범인은 지문을 모두 수건으로 닦아 없애버려 아무 증거도 없었다.
결국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깨진 맥주병에서 찾은 엄지손가락의 3분의 1정도 되는 불완전한 지문인 ‘쪽지문’이었다.
증거는 있었지만 쪽지문으로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당시 과학기술력이 부족하여 경찰은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가 사용된 곳 등을 탐문하고 몽타주를 만드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범인을 잡는데 실패했다.
출처/픽사베이 |
사건이 발생한 후 14년이 지났고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인 15년에 따라 2017년 12월 13일에 완성이 되어 미제 사건으로 남겨지게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2015년 7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인 일명 ‘태완이법’으로 인해 이 사건은 다시 재수사 대상이 되었다. 태완이법은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쪽지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2012년 도입된 지문자동감식식별시스템(AFIS)을 통해 주민등록 지문정보와 쪽지문에서 추출한 특징을 비교할 수 있었고 감식 결과 이와 일치하는 단 한명 B씨를 찾아 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유가족들에게는 태완이가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사건 당시에는 그렇게 찾기 힘들었지만 AFIS로 특정을 하고서는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B씨의 집에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족적과 비슷한 구두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B씨에게 증거로 들이대자 B씨 역시 그간 힘들었던 듯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또한 당시 수배전단 속 몽타주와 자신의 얼굴이 너무 똑같아 놀랐다고도 밝혔다.
과거에는 과학 기술력의 한계 등으로 인해 과학수사가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는 최첨단 과학수사기법과 어느 곳에나 설치되어 있는 cctv로 인해 범죄자들이 완전범죄를 꿈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당시 어려웠던 수사들의 발목을 잡았던 공소시효 역시 폐지되어 과거의 사건도 최첨단 과학기술로 수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의 형사가 미래의 형사에게 도움을 받았듯 과거의 사건이 미래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어떤 범죄든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되어 있고 그 흔적을 이제 놓치기 어렵게 되었다.
태완이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태완이법. 정작 태완이 사건의 범죄자는 이 법을 피해갔지만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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