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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시선톡] 따뜻하게 대해줬던 집주인에게 돈 남기고 세상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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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 새해 초부터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져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 정오쯤,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집주인인 A(70)씨는 2층에 세 들어 사는 B(65)씨가 이틀째 기척을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는 마음에 보러 갔다. 

방문을 한참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이상한 느낌을 받은 A씨는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B씨가 이불을 덮고 마치 잠을 자듯이 반듯이 누워 숨져 있었다. 


B씨의 식탁 위에는 농약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달력 뒷면에 써 놓은 글과 670만원의 현금다발이 있었다.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픽사베이)

달력에 써져 있던 글은 B씨가 “아주머니, 아저씨. 잘 지내세요. 저는 먼저 저승으로 갑니다. 제 몫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돈 놓고 가니 잘 쓰세요.”라며 A씨 내외에게 쓴 유서였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년 전 아내와 이혼 후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으며 딸과도 연락이 끊긴 채 살아왔다. 그리고 3년 전에는 발목을 다쳐 일을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어 지원을 받으며 지내왔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A씨의 집에 세 들어 산 10년 동안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마시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월세 15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오랜 시간을 고독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그나마 그에게 살갑게 굴었던 사람들은 A씨 부부였다. 이들은 B씨가 혼자 살면서 끼니를 거르는 것이 딱해 반찬거리 등을 챙겨주면서 밥 좀 챙겨먹으라고 얘기해줬다.

그런 A씨 부부에게 B씨는 부상을 입은 발목과 치아가 좋지 않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 독거노인과 일인가구 증가로 인해 고독사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혼자 살면서 질병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연락도 끊겨있기 때문에 신변에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 할 방법이 없거나 누가 살펴봐 줄 사람도 없어 사고가 발생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발견되기 일쑤다. 

이웃이나 근처에 누군가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어쩌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도 잘 챙기지 못하는 요즘 시대에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고독사가 늘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B씨에게 A씨 부부는 아픈 몸과 차가운 세상에 절망하면서도 가끔씩 찾아주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B씨는 비록 힘든 세상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돈을 A씨 부부에게 남기며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B씨를 걱정하던 A씨 부부에게 그 돈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어둠은 혼자서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 준다면 희망과 용기도 쉽게 생길 수 있다. 지금 주위에 고독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