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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터뷰360]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김태륭 해설위원이 예상하는 대표팀 성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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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김태웅] 지난 시간 ‘TNT 창천 FC 단장’인 김태륭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번 시간에는 해설위원으로서의 김태륭에 대해, 더불어 오늘 저녁 9시 개막식을 올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PART 1. 김태륭 해설위원이 바라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출처_시선뉴스 DB]

- 해설위원을 하게 된 계기는?
2010년 한국 내셔널리그 해설 1기로 데뷔했습니다. 당시 공익근무를 하며 주말에 해설을 했는데 재미도 있었고 용돈도 됐죠. 이후 2011년에 모교 고려대 코치를 하면서 SBS ESPN 해설을 맡게 되었는데 그게 2012년 초니까 메이저 채널에서 해설하게 된 지 6~7년차가 되겠네요. 공익근무 1년차 때까지는 K3 선수로 뛰었어요. 그런데 2년차 되면서 선수보다는 행정과 코칭에 대한 생각이 커져서 프로 재도전 대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어요.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무리 하며 공부에 전념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내셔널리그에서 해설을 데뷔한 것이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 내셔널 리그 해설위원에서 SBS ESPN으로 근무하게 된 계기가?
2011년 말 쯤 공익근무를 끝내고 고려대 축구팀 코치를 하게 됐는데, 비슷한 시기에 SBS ESPN에서 새로운 해외축구 해설위원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바로 지원을 했는데 됐더라고요. 경쟁률이 얼마나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종 두 명에 들었고 한 달 동안 주 1회씩 경기 중계 미션을 하면서 최종 1인을 가렸죠.  처음에는 녹화경기부터 시작해서 2012년 초부터 2014년 초까지 횟수로 3시즌 정도 일하고 KBS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당시 EPL은 SBS에서만 중계했는데, 2011~2012시즌으로 박지성 선수(지금은 해설위원이지만)가 QPR에서 뛰던 시기였습니다. 동료였던 아델 타랍이 비난받던 때죠...(하하)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중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항상 가장 최근에 중계한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챔피언스리그로 한정하면 지난 바르셀로나 대 파리 생제르망(PSG) 경기가 생각납니다. 그 경기는 저희 스포티비에서 단독으로 중계했기에 더 기억에 남습니다. 중계량이 많은 편이라 주 단위로 기억에 남는 경기가 바뀌곤하죠. 그리고 현장에서 중계하는 K리그 경기도 기억에 남죠.

[출처_시선뉴스 DB]

-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합니다. 우리 대표팀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보스니아 평가전을 보고 와서 칼럼을 쓰는데, 엄청난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왜냐면 그 경기 전반전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라고 생각되기 때문인데요. 후반전은 조금 보기 힘들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정확한 위치와 현실을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월드컵 관전 포인트를 말씀드리자면 ‘월드컵은 즐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발 월드컵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4년 전과 조금은 분위기가 달라졌기에 팬 분들도 공감하고 있겠지만, 우리는 현재 피파랭킹 60위권 팀인데 월드컵에 나간 겁니다. 그냥 월드컵 자체를 즐기시고, 경기적인 관전 포인트로는 전술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 하게 만드느냐 얼마나 같이 진흙탕 싸움을 하느냐 혹은 괴롭힐 수 있느냐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번 질문은 민감할 수 있는데, 대표팀의 조별예선 성적을 예상해본다면? 
1무 2패요. 1무는 멕시코를 상대로 기록할 것 같습니다. 사실 멕시코가 굉장히 강한 팀이에요. 아시겠지만 멕시코는 상대팀이나 개최국을 가리지 않고 16강까지 꾸준히 진출 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F조에서 그나마 멕시코 같은 나라에 승산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축구에서 스피드와 피지컬은 무시할 수 없거든요.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는 빠르고 힘도 좋지만 전 세계로 따지면 유럽만큼 좋지는 못 합니다. 상당히 애매한 상황인데 중남미 지역과 비교하면 할 만하다는 거죠. 우리나라가 멕시코를 상대로 상당히 괴롭힌다면 무승부, 심지어는 승리까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두 명의 한국선수를 뽑고 싶습니다. 이재성, 황희찬 선수인데요. 두 선수가 아마 동기부여가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재성 선수는 유럽진출에 대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스카우터들이 이재성 선수를 볼 예정이라서 이번에 잘 하면 진출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황희찬 선수는 현재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현재 이적은 확정적이고, 어디를 갈지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결정될 것 같습니다. 

- 우승후보 4개국을 뽑자면? 그 이유는?
월드컵 지역 예선을 꾸준히 중계하며 우승 후보들의 성장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첫 번째는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은 유로 2016 이후에 로페테기라는 좋은 감독이 선임되면서 코케나 티아고 알칸타라같은 새로운 선수들을 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미드필드가 상당히 강해졌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 직전 로페테기 감독이 경질되어서 불안요소가 분명 있긴하나, 새로 부임한 스페인 축구의 전설 이에로 감독과 큰 대회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선수들이 함께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_시선뉴스 DB]

- 다음 국가는?
두 번째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뭐 오스트리아에게 평가전에서 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좋은 약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독일은 2~3가지 포메이션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공격 옵션이 약하긴 했지만 티모 베르너가 들어오면서 안정화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은 치치 감독이 들어오면서 정말 팀을 잘 만들었는데, 포메이션이 4141로 단조롭다는 점이 약점입니다. 즉 플랜A 밖에 없다는 것인데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나 카드트러블로 이것이 무너지게 되면 경기력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브라질 같은 팀은 상대가 누구이냐 보다는 결승까지 긴 기간 동안 자국 선수들의 컨디션과 부상, 선수들 카드관리에 우승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마지막 국가는?
마지막으로 프랑스입니다. 사실 저는 프랑스를 우승후보까지 보지는 않습니다. 예선 때 매우 형편이 없었기도 했고, 오히려 많이 올라가거나 빠르게 탈락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현재 프랑스 팀에 리더가 부재라는 점 때문입니다. 23명 중에 15명이 25세 이하고 과거 지단이나 플라티니와 같은 팀을 이끌 수 있는 진짜 리더가 없습니다. 그나마 코시엘니가 있었는데 부상으로 아웃됐죠. 분명 누가 봐도 베스트 멤버이고 몸 값 높은 선수들이 나오지만, 잘 할 때와 못 할 때 기복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 프랑스의 단점입니다. 이렇게 4개국을 뽑았는데,  과거에 비해 점점 월드컵에서 이변이라는 게 줄어드는 추세다 보니 강팀 위주로 뽑게 됐네요.(하하)

[출처_시선뉴스 DB]

- 해설하면서 좋은 점은?
제가 해설을 하면서 좋은 점은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 활동을 하고, 두 번째는 축구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선수 은퇴하면서 축구가 더 좋아졌거든요. 꽤 많은 축구 선수들이 은퇴 후 축구에 더 이상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오래 해 와서 이미 질렸거나 혹은 이 바닥의 생리를 잘 아니까 그렇게 되거든요. 그런데 축구 중계를 하다보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00% 현장이 아니다 보니 사람에 덜 치이고, 자유도도 있어요. 마치 학문 같은 느낌이거든요. 해외축구 흐름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고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고민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 해설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신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선수를 해서 기초 체력이 있고 아직은 젊어서 잘 유지하고 있는데, 정말 ‘중계는 체력’이라는 점을 많이 느낍니다. 챔피언스 리그 주간에는 평일 경기가 많다 보니 수목금토일 연속으로 중계진들이 모이게 되는데 중간쯤 되면 다들 녹초가 되어 있어요. 

챔피언스 리그 주간의 대략적인 스케쥴이 월, 화요일은 해설준비 기간이고 수요일과 목요일 챔스 2경기씩, 금요일 유로파 리그 2경기, 주말 이틀 일반 유럽리그 2경기씩 입니다. 제가 최고로 많이 중계한 것이 일주일에 10경기였어요. 축구를 일로 보지 않아야 이런 스케줄을 즐겁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경기 준비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든데, 이 스케줄대로는 준비할 시간이 빠듯합니다. 3~4년차 쯤 되니까 각 리그마다 구단마다의 스토리들이 축적되면서 경기중계 준비시간이 단축됐죠. 요즘 축구팬들은 최신 뉴스와 역사, 데이터를 저희보다 더 잘 아세요. 때문에 경기 상황에 포커스를 둔 중계를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보다 잘 할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죠.

- 공인이다 보니 호평만큼이나 불평, 불만도 많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어요. 덕분에 해설에 대한 불평, 불만은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가 있듯이, 선호하는 해설도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해설 외적으로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은 바로 잡아야죠. 축구 속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어떤 해설가로 남고 싶은지?
음... 어렵네요. 최근 축구 행정직과 대학 교수직을 맡게 되어 앞으로 제 삶에서 해설의 비중은 조금 줄어들 것 같은데요. 사실 당장 몇 년 후에 국내 축구 중계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 저는 제가 앞으로 축구 중계를 할 수 있는 날까지 축구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해설을 하고자 합니다. 항상 축구 현장과 현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하도록 노력할거에요. 해설자가 규정이나 팀의 데이터, 역사에 대해 틀린 정보를 언급하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경기 중에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평생 축구를 해 온 사람들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어요. 그건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입니다.  

중계하면서 시청자들과 이해, 공감, 감동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해와 공감은 연차가 쌓이면 어느 정도 가능한데 제가 아무리 해설로서 성장해도 감동까지 전달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작년에 K리그 선수들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해설위원’ 2위로 뽑히셨다고?
네, 감사하게도 제가 2위로 뽑혔더라고요. 현장의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이 사람 해설 좋다’라고 칭찬해줄 때 저는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그만큼 마음도 무거워지고요. 중계를 하다보면 반칙 여부 등 논란이 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리플레이를 몇 차례 돌려보면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소신 있게 의견을 말하는 편을 선호합니다. 물론 중계진이 위축되면 이런 상황에서 매우 조심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해설자라면 단순히 경기 상황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담긴 분석과 주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틀릴 수도 있죠. 하지만 심판도 실수하고, 유럽의 유명 중계진도 분석하다보면 가끔 실수합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자신의 생각을 더욱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다는 뚜렷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죠. 저는 제가 중계한 경기에서 어록이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그만큼 시청자들이 경기 그 자체에 집중했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시선뉴스 독자 분들께 한마디. 
저를 아시는 분들도 있고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해설을 떠나서 한국축구를 조금 편안하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국내 축구산업이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어렵지만 방송국들도 콘텐츠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요. 여러분이 축구를 즐기는 방법은 직접 경기장에 찾아주시는 것, 중계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애정과 깊이를 떠나서 관심을 꾸준히 이어주시면 언젠가 한국 축구가 많이 부흥하고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구로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위원으로서 이야기부터 오늘 개막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김태륭 해설위원의 진지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무엇보다 축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축구팬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월드컵의 성적이 어떻든 상관없이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