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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문학이야기] 당신의 식사, 단순히 배고픔을 잊기 위한 시간이 된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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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정선 pro] 문학이야기는 매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콘텐츠로, 책이나 글에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知)를 고취시키고자 제작됩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인 만큼, 간혹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진상이야 정말!!” 식당이나 가게 등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며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을 두고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진상’ 어떤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계속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진상에는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물을 임금, 고관에게 바침‘이라는 뜻도 있다. 굉장히 상반된 느낌의 두 단어, 그런데 이 두 가지 뜻은 상당히 밀접해 있다.

그 기원은 1600년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에는 제주어로 잠녀(潛女)라 불리는 해녀뿐만 아니라 해남(海男)도 있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그렇게 대다수가 물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잠수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전복을 캐는 일은 목숨을 내놓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물질을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일’이라 불렀던 것을 보면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딴 해산물을 공물로 받았던 왕실과 친인척들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렇게 제주도의 질 좋은 전복에 대한 ‘진상’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수탈에 가까운 공출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제주를 탈출한 해남들. 그렇게 전복을 딸 남자가 부족해지자 해녀들까지도 전복 캐기에 동원됐다. 이러한 수탈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이 제주를 떠나자 급기야 1629년부터 200년간 제주도에선 출도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조선 영조 당시 쓰여진 <잠녀설>이라는 책을 보면 “당시 전복을 제 때 진상하지 않으면 관아애 붙들려가 매 맞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부모까지 붙들려 고초를 당했다”라는 기록까지 남아있었을 만큼 진상품 부역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말도 안되는 억지를 막무가내로 부리는 사람을 두고 ‘진상’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는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역사와 이야기 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재미부터 꼭 알아야할 생태계 문제까지 품고 있다. 어두 육미라는 말 속에는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사회 양극화 현상이 담겨 있고, 우리가 아는 다금바리가 진짜 다금바리가 아닌 이유에는 생태계 파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비롯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수산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싱싱하게 담아낸 책이 있다. 30년간 바다를 누빈 해양 생물학자 황선도씨가 쓴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횟집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해삼, 멍게, 개불의 비밀부터 고급 생선이라 여겨지는 다랑어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까지. 책을 펼치는 순간 바닷속에 가려져 큰 관심을 갖지 못했던 수산물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대인의 하루 평균 1회 식사시간은 단 23분. 어느새 우리의 식사시간은 단순히 배고픔을 잊기 위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음식 속에 들어있는 재료의 정보를 통해 먹는 재미를 느끼고, 재료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알아가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이 책을 펼쳐본다면 머리와 배, 즐거움까지 채우는, 그리고 조금은 느긋한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