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중국은 자신과 관계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어떠한 곤경에 처해 있더라도 구경만 하고 도와주지는 않는 ‘웨이관’(圍觀) 현상이 심각하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2006년 한 남성이 넘어진 할머니를 구해 줬는데 이 할머니가 오히려 도와준 남성을 밀친 범인으로 몰아 커다란 낭패를 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중국에서는 남을 도와주는 일이 좋은 일이 아니라 인생을 망칠 수 도 있다는 인식이 강해져 웨이관 현상이 매우 심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 현상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 보인다.
23일 부산 연제경찰서는 술에 취해 행인에게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폭행)로 A(5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A 씨가 폭행을 가한 사람이 바로 A 씨를 도와줬던 사람이라는 점이 문제다.
비가 내리던 23일 오전 한시께, 부산시 연제구의 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던 B(47) 씨는 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던 A 씨를 발견하였다. 그대로 있으면 큰 일이 나겠다 싶어 B 씨는 A 씨를 깨워 우산을 씌워 주며 한 건물의 입구로 부축했다.
(이미지출처/pxhere) |
그러자 잠에서 깬 A 씨는 B 씨에게 욕설을 하고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을 깨운 것에 화가 났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A 씨의 안전을 염려하여 선행을 취한 B 씨에게 돌아온 것은 폭행이었다. 왜 B 씨는 A 씨를 위해 한 일로 욕설과 폭행을 당해야 하는가. B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려면 A 씨를 도와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인가? 도와주고 피해를 당한다면 왜 도와줘야 하는가? 이런 의문이 돌고 돌다 보면 결론은 ‘도와주지 않는 게 피해를 안 입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안 해도 전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을 착한 마음씨 때문에 했다가 괜히 피해를 보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면 우리도 웨이관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남이 빗속에서 술에 취해 잠을 자건 눈보라 속에서 쓰러져 있건 구해주면 폭행을 당하거나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의 태도로 나오는데 누가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까.
아무리 술에 취해 있더라도 자신을 구해준 사람은 생명의 은인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며 웨이관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있어 그런 판단력이 있느냐가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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